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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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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6. 2. 19. 19:45

벨져드렉. 네번째 발걸음. to 미르님.







서로의 성격은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은 오질라게 높아서 간섭은 질색하는 건 너나 나나 비슷해서, 사귄다는 이름 아래에서도 거리는 늘 일정했다. 그래서 누구도 우리가 그런 사이란 걸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은 나도 깜박했다. 그것을 일깨워주는 건 차가운 손끼리 부딪혀 생기는 미미한 촉각, 그리고 섹스였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끝내버리는 행위. 몇 번 반복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버릇을 발견하기도 했다. 귀족집 도련님답지 않게 꽤나 수더분한 버릇이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찡그릴 네 미간이 뻔히 상상되기도 하고 솔직하게 꽤 귀엽거든. 그래서 나는 언제나 관찰만 했다. 옷을 차려입고선 세 번 툭툭 치고, 하나 둘 셋 네번째 발걸음에서 언제나 고갤 돌려 뒤돌아봤다. 널 보고 있는 내 시선을 마주치고선 넌 만족한걸까. 늘 별다른 말 없이 구둣발의 방향대로 걸어나갔다.

오늘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옷을 입는 너를 관찰한다. 외투까지 선이 딱 떨어지게 입고선 세 번 툭 툭 툭 친다. 이제 너는 구두를 신는다. 그리고 뒤돌아서
하나,
둘,
셋,

넷이라 세던 혀는 네 유일한 온기와 마주쳐 빨려들어갔다. 내 뺨을 간질이는 흰 속눈썹이 내 마음마저 간질거리게 했다. 가끔은 이런 변주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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