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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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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6. 2. 27. 23:26

녹지 않는 사탕.


 





노를 젓고 있었다. 분홍빛의 샘물은 끊임없이 퐁퐁 쏟아져나와 손 끝을 적셨다. 물들어가는 손톱, 진해지는 마음. 네 속은 끝이 없다. 넓고 넓어 평생을 게걸스레 먹어도 다 먹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 올려다본 시선 끝에 둥둥 뛰는 사과 한 알. 저것을 먹어버리면 네가 더이상 나에게 웃어주지 못할 걸 알아서, 저 한 알을 제외하곤 다 먹으려고 생각했다. 막연한 다짐이었다. 아마 불가능할테지. 그러나 절망보단 평생 먹을 수 있다는 충만감이 더 커. 역시 너는 이상하다.

네 손을 잡고 춤추고 싶어, 네 척추를 두드리며 온기를 만끽하고 네 거친 입술에 숨을, 내 숨을, 내 생명을 맡기고 싶어. 그런 욕망에 주춤하면 호수가 울렁거렸다. 그런 건 이상하다고 파문을 일어내는 호수를 쓸어만지고 가만히 귀 기울여. 이렇게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내 욕망이 이해될 일은 결코 너에게 없을 것이다. 노 젓지 않아도 배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니 사랑일까. 너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에 꿈틀거렸다. 한편으론 끝없이 날아오를 너의 등을 만끽하고 싶은 자애로움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서 행복하게 웃는 너 또한 보고 싶다.

네 뺨의 아직 남은 소년스러움 한 줌을 깨물어 먹고, 얇은 눈꺼풀 지지하는 이상의 즙 한 방울 핥고 올리고, 쇠맛이 나는 손가락 끝을 혀를 궁글려 내것으로 해도, 닳지 않고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너의 맛에.
결코 녹지 않을 단단하고 차가운 자네가 너무나 좋아.







미르님 생일을 축하하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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