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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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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6. 3. 22. 23:51

로라드렉. 뒷목 키스. to 붱님.




그 등은 언제나 조금 구부정했다.







갑옷을 입은 그는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무거운 갑옷과 무거운 창을 들었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와 슬쩍 접히는 눈은 지나치게 시원했다. 그것을 볼 때 로라스는 종종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땅에서도 어쩐지 그의 눈만큼은 찾을 수 있을거란 상상. 그러나 실상 공성전에서 그를 만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집, 회사, 클랜사무소, 연구실을 오가는 그는 대체로 신경질적이었고 새로운 창을 완성하고 나서야 전장에 나오곤 했다. 위력을 시험해보곤 또 한동안 연구실에 틀어박히기 일쑤. 로라스는 그의 연구실에 자주 찾아가진 않았다. 종종 자신의 창을 맡길 때가 있어도 그를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용건도 아닌 단지 그의 눈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연구실 앞에 선 로라스는 어색한 기분에 손을 오므렸다. 똑똑, 어차피 들리지도 않을 노크를 하고 들어가 책장 하나를 돌아가면 보이는 그의 등. 전장과는 달리 조금 구부러진 등과 내보이는 뒷목. 그 눈은 위를 올려다보기 위해 잠시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싶으면서도 그를 방해하기 싫어서, 대신 조용히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전등에 비쳐 빛나는 거친 머리카락, 그 사이 조금 더 밝은 새치. 그 밑으로 쭉 뻗어 이어지는 뒷목. 로라스는 오므렸던 손을 꿈틀댔다. 노랗게 빛나는 뒷목은 지나치게 반질거렸다. 아주 맛있어 보여서, 입술을 꾹 찍었다. 꿈틀거리는 그의 근육을 누르고 가만히 체온을. 미지근한 체온을-

"뭐하는거냐."
"느끼고 있네."
"땀냄새를?"

짐짓 비웃는 드렉슬러에게 로라스는 가뿐히 웃어보였다. 상쾌함마저 느끼게 하는 웃음에 드렉슬러는 그의 가슴을 툭 쳤다. 비로소 마주하는 푸른 눈. 로라스는 작은 쾌감을 음미했다.

"징그러운 녀석."
"그리고 자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기뻐."
"그래그래."

드렉슬러는 그의 뺨에 가볍게 키스해주었다.

"데이트 해줄텐가?"
"이거 끝나면."
"기다리지."
"여기서?"

로라스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언젠가 드렉슬러가 읽을만 하다고 그에게 권유했던 책이었다. 드렉슬러는 한숨을 쉬듯 어깨를 으쓱였다.

"오냐. 빨리 끝내보도록 하지."
"기대하겠네."

아직 날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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