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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6. 3. 6. 20:22

미카올가. 하루 늦은 미카올가데이.





미카올가(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타오르다 / 오아시스 / 또박또박










화성의 낮은 뜨겁다. 느리게 타오르는 지면은 소년이라 하기에도 덜 여문 아이의 발바닥에 달라붙었다. 일년을 보내야 하는 두터운 외투는 버릴 수도 없는 것이었기에 그저 흐르는 땀을 내버려둔다. 끈적이는 기분을 못 참고 두 걸음 뒤에 따라오는 아이를 돌아본다. 땀 흘리는 건 똑같은데 신기하게도 더워보이지 않았다. 그 무덤한 표정 때문인지.

"미카, 덥지 않아?"
"별로."

그 푸른 눈 때문인지. 갈증을 느끼는 올가에게 그것은 아주 시원해 보였다. 밤엔 밤하늘을 그대로 담은 눈동자, 지금은 청명한 새파랑. 올가는 언젠가 주워들은 단어가 생각났다. 파란 물이 가득 담겨있다는 곳. 바다? 아니, 그것보단 좀더...

"올가."
"응?"
"더우면 외투 줘."
"그 정돈 아냐."

작은 몸에 무겁고 더운 외투를 한 겹 더 두른 모습은 상상만 해도 더워서, 올가는 씩씩한 척 걸어갔다. 미카즈키도 별 말 하지 않고 그 뒤를 따라간다. 그래도 올가가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뭐든 나쁜 일은 아니겠지만. 다만 그러다 넘어질까 올가의 발이 딛는 곳을 바라보며 반 걸음 더 다가간다. 언제라도 지탱할 수 있도록.

올가는, 단어를 떠올리느라 끙끙대는 와중에도 가까워진 미카의 기척을 당연스레 생각했다. 가볍게, 그러나 또박또박 내딛는 발걸음. 미카답다고 생각한다. 그 소리에 안심하는 자기가 있다. 아직 자기보다 어리고 작은 아이는 그 손처럼 언젠가 커질 것이다. ...뭐, 그래도 여전히 곁에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믿음, 이유없는 확신. 그 감정은 어딘가 신앙에 닮아있다. 이미 길거리의 룰에 닳은 올가에게 낯설 법 했는데도 그랬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유일하게 짐 한구석을 내려놓을 수 있는 상대. 그리고 미카에게도 그러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황량한 화성의 사막 한가운데서도 서로의 곁에서라면 쉴 수 있는

"올가, 괜찮아?"

튀어나온 철근에 고꾸라질 뻔한 올가를 잡아준 건 역시나 그의 아이였다. 저를 바라보는 푸른 눈. 아 그렇다. 오아시스가, 그곳에 있었다.














나쁜 일:도덕적으로 그른 일이 아니라 자기들에게 해가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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