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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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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1. 23:26

로라드렉. 종소리. to 란카이렌님.










9시, 너는 내 연구실을 방문했다. 좋은 아침, 드렉슬러.
11시, 너는 서류와 함께 장미꽃 한 송이를 주었다. 
13시, 너와 느긋하게 점심을 같이 먹었고, 네 팔을 베며 잠시 시에스타를 가졌다.
17시, 너는 공성전을 끝내고 돌아와 창을 내게 맡겼다.
18시, 코트를 걸치고 너와 함께 돌아갔다. 각자의 집이든, 식사하러든.

나는 늘 그 시간이 되면 너를 기다렸다. 네가 문을 열고 들어와 드렉슬러, 하며 웃는 것을.
너는 나를 길들였나?







하하, 아니. 사실은 반대지.

매일 아침 9시 내 연구실로 가며 네 방을 들러 항상 인사했다. 좋은 아침, 로라스. 어느 날 바빴다는 핑계로 생략하자 그 날부터는 네가 날 찾아와 인사를 건네었다. 나는 네가 인사하러 오길 기다리며 느긋하게 커피를 내렸다.

대충 11시쯤, 서류를 하기 싫다는 핑계로 네 방에 가 농땡이를 쳤다. 매일은 아니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마녀나 이사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노라면 못 말리는 듯 웃으면서도 과자를 꺼내왔다. 오, 땡스.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과자를 물었다. 다음엔 네가 와라. 좋은 원두를 구해놨거든. 업무시간 중 딴짓을 못마땅히 여기던 그는 고맙다며 초대하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응, 처음만 어려웠지 뭐. 그 뒤로도 그는 종종 이유 없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갓 볶은 원두나 싱싱한 꽃은 좋은 덤이었다.

시에스타는 우리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물론 영국놈들이 그걸 챙길 리도 없어서, 우린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자발적인 시에스타 시간을 가졌다. 연구실 한쪽에 둔 매트리스는 두 남자가 그럭저럭 잘 수 있을 크기는 되었다. 발 끝에 닿는 햇빛에 발가락을 꼼지락대면서 네 팔을 베고 누웠다. 새삼 길들일 필요도 없었다. 사관학교에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시에스타를 즐겼다. 뭐 그때는 팔베개는 안 했지만. 베개를 깜박한 척 없어서 불편하다고 짜증내자 너는 선뜻 네 팔을 주었다. 그 후로 너는 늘 내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단단하지만 제법 따뜻해서 베기 좋았다.

17시, 슬슬 해가 넘어갈 즈음에 너는 땀으로 흠뻑 젖어 투구를 벗곤 창을 내밀었다. 무식한 힘으로 뛰어올랐다 내려찍는데에 창에 가해지는 부담은 엄청나서, 공성이 끝나고는 늘 손봐야 했다. 내가 만든 창을 내가 손 보는 것은 당연하고 별 것 아닌 일이었다. 그렇지만 매번 미안하다며 멋적게 웃는 너에게 장난스레 웃었다. 그럼 저녁 쏴.

문을 나서니 바람이 약간 찼다. 괜찮으냐고 묻는 너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그렇게 안 연약하다. 뭐 먹을래? 자네가 먹고싶은 대로. 그가 사준 저녁은 제법 맛있었고 노을빛에 물든 얼굴은 감상하기 딱 좋았다. 하품하면서 만족스레 늘어져 생각했다. 슬슬, 좀더 들여놔도 되지 않을까.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종소리가 다시 한번 딸랑, 하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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