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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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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3. 23:26

XX드렉. 압생트.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피어오른 불꽃은 푸른 색. 타는 설탕과 함께 떨어지는 술은 지나치게 밝은 연두빛. 그 아플 정도의 색에 드렉슬러는 눈을 찡그렸다. 투명했지만 술이라기엔 농도가 진했다. 잔을 돌리면 뭉근히 따라오는 녹음 속 반딧불이의 색. 입술을 잔에 댄다. 숨을 쉬면 짙고 무겁고 따뜻한 향이 훅 폐를 점령했다. 향, 이라기엔 너무 독했다. 냄새라기엔 너무 포근했다. 마시기도 전에 취할 것 같은 기분. 뇌가 한구석으로 밀려나는 어지러움에 잔을 다시 내려놓는다. 바텐더는 웃었다.

그것을 마시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지요. 웃기네. 향이 무척 독하지 않나요? 실제로 도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그거, 환각제 성분도 들어있어서 말이죠. 그런 표정 마세요, 술이 정제되는 과정에서 미처 걸러지지 못한 게 남아있는 것 뿐이랍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미련처럼.

드렉슬러는 잔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브랜디잔에 담긴 술은 바닥에 겨우 웅크린 정도. 그러나 기묘한 색과 향은 시각을, 촉각을 압도했다. 아름다운 그 색을 조명에 기울이다 이윽고 한 입에 털어넣은 드렉슬러는

누군가를 본 것 같았다.

시야가 팽 돌았다. 스쳐 지나간 누군가, 가 누구였는가. 푸른 눈 같기도 하였고, 노인 같은 머리색? 혹은 붉은 립스, 틱. ...저를 보고 짓는 미소...인가 저것은. 뒤섞인 색과 일그러진 형상이 증발하는 알코올처럼 흩어졌다. 손님, 괜찮으세요?

아.

잔은 육중하게 탁자에 떨어졌다. 몸을 일으킨다. 대충 놓인 돈과 발 끝까지 힘 준 걸음걸이. 잔의 바닥엔 아직 옅은 녹빛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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