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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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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 23:50

로라드렉. 나비. #로드연성절



저를 끌고가셨던 네 분의 글러분들... 부들부들. 그래서 레이드는 성공입니까?@^^@



 

 




 

 

 

7.

 

알베르토 로라스는 조언자였다. 아틀라티코 드라군, 회사의 동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에 대한 유일무이한 동지이자 조언자라는 것이었다. 그 관계는 퍼석했으나 썩 쓸만했다. 드렉슬러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냉철한 조언이었고 로라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을 만들어줄 이였다. 차 한 잔도 필요없었다. 창에 관해서만큼은 그만큼 진지한 사이였다. 다른 말로 하자면 창 외에는 서로 무관심하다고 해도 좋았다. 그의 눈동자가 사실은 안개를 담은 듯한 옅은 하늘빛인 것도, 그 눈꼬리가 처졌는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래, 그 얼마 전. 그러니까 지난 십수년을 알아온 사람의 생김새를 왜 이제 알았던거지? 너무 늦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새삼스럽게 그의 이목구비 따윌 인상깊게 본 까닭을, 드렉슬러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6.

 

드렉슬러는 커피를 들이키며 시간을 돌렸다.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일주일 전 클랜 관리소에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지나가던 그가 제 어깨에 나비가 앉았다며 쫓아주었던 것 같다. 나비는 대수롭지 않았으나 그가 그러며 하는 말이 퍽 인상 깊었다.

 

"노란색, 의외로 잘 어울리는군."

 

드렉슬러는 색채에 대한 편견은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그것이 보통 아이의 순수함 혹은 질투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알았다.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라네."

 

그리고 그는 공성전에 참여하러 가버렸다. 드렉슬러도 그것으로 사고를 끝냈었다. 그게 문젠가? 나비를 쫓아주었다는 것? 아니 그것은 아니다.

 

5.

 

드렉슬러는 시간을 더 돌려보았다. 한 달 하고도 1주 전쯤의 사건이 생각났다. 그 날은 뭐였더라. 커피? 홍차? 여튼 이상한 거였는데. 여튼 자신의 흥미 외에는 무관심한 드렉슬러는 잘 기억나지도 않았다. 명왕의 딸이었나 르블랑의 자식이었나 맛있다면서 한번 먹어보라고 이상한 음료를 주고 갔었다. 색깔이 괴상했다. 드렉슬러는 킁킁대곤 먹어보았고, 토했다. 시발, 이딴 걸 주고 가냐? 마음 같아선 욕을 한 사발 내뱉고 싶었지만 호의라는 것을 알기에 으, 차가운 음료로 지끈거리는 머리나 부여잡을 뿐이었다. 그걸 버리려 할 때에 어디선가 로라스가 딱 나타났다.

 

"그게 뭔가?"

"몰라 누가 주고 갔어."

"표정을 보니 맛없나보군."

"음식물 쓰레기야."

"그럼 내가 먹지."

"엉?"

 

그대로 로라스가 가져가 마시는 것을 드렉슬러는 참 이상하다는 듯이 보았다. 맛없다고 하는데 그걸 가져가 먹는 건 대체 무슨 심보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니 그래서 더 멍하니 쳐다보았던 것 같다. 로라스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왜인지 그게 계속 떠올랐다.

 

4.

 

아니 이게 아니잖아. 드렉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왠지 기억이 남아있던 것뿐이잖아. 이건 이유가 안 된다고. 드렉슬러는 한 번 더 시간을 돌려보았다. 어… 그러니까… 이건 헬리오스로 막 왔을 때였던 것 같다. 아닌가? 적기사단이란 놈들한테 습격당하고 난 후였던가. 여튼 엉망이 된 연구실을 정리하기 귀찮아서 배째라 널브러져 있었을 때였다. 평소에도 연구실이 깔끔한 꼬라지를 유지하지 못하긴 하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자 드렉슬러는 짜증이 치밀었다.

 

"나는 연구가 하고 싶을 뿐인데 왜 그걸 하기 위해선 정리해야하지? 빌어처먹을 벌건 놈들."

 

아,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걸 보니 습격 후가 맞는 듯하다. 드렉슬러는 구겨진 설계도를 들추어보았다. 다행히 그리 중요한 용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나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설계도인데 흙 묻은 군화 자국을 묻은 걸 보니 기분이 거지같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윌라드 놈하고도 친하지 않을 때라서 도움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로라스? 그놈은 그냥 같은 소속일 뿐인데. 치우려고 마음먹으면 금방 할 것을 계속 딴 생각이 꾸물꾸물 들었다.

 

"아직도 이 상탠가?"

 

동양의 속담에 양반은 못 된다고 하던가. 생각하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드렉슬러를 고개를 젖혔다. 그의 무뚝뚝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이 상태다."

 

몰라서 묻냐? 괜히 배알 꼴려서 나갈 뻔한 말을 부여잡고 드렉슬러 또한 무뚝뚝히 대답했다. 알베르토 로라스는, 흠, 가벼운 소리를 내더니 팔을 걷어붙였다.

 

"어디서부터 치우면 되나?"

"도와주게?"

"놔두면 언제까지 이 꼴일 것 같아서 말이지. 내게도 곤란해."

"네가 왜?"

 

로라스는 대답 없이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반쯤 부서진 그의 창이 기대어져 있었다.

 

"……뭐냐, 왜 저 꼬라지냐."

"도망치던 적기사단을 추적하다가."

"잡았냐?"

"놓쳤지. 창만 저렇게 되어버렸군."

"거 안타깝네."

 

별 감흥 없이 대답했지만 드렉슬러 또한 몸을 일으켜 연구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고쳐야 할 창이 있단 말이지. 흐응. 이 기회에 저놈 창을 좀 경량화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서 파괴력이 떨어지지 않는… 그러면 재질을 뭘로 해야 하지? 비율은 어떻게 해야……. 그저 가볍게 돌아가던 사고는 어느새 깊어졌다. 드렉슬러는 제 손이 느려지다 못해 어느새 멈춰있던 것도 몰랐다. 팽팽히 돌아가던 머리가 슬슬 막다른 곳에 몰려 미간을 잔뜩 찡그릴 때 쯤, 뺨에 닿는 차가운 물건에 의해 푸시시 식었다.

 

"마시고 하게."

"어… 어. 고마워."

 

주변을 둘러보면 제 기억과는 상당히 다른 상태였다. 곳곳에 자기가 두는 방식과 다르게 놓인 물건들이 거슬렸으나 대체로, 어, 그 난장판에 비하면 몹시도 깨끗했다. 그리고 드렉슬러는 자기가 거기까지 한 기억이 없었다. 사고에 빠져있는 동안 남이 그걸 다 해줬다 생각하니 드렉슬러는 다른 의미로 끙,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하군."

"됐네. 보나마나 또 창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테지. 그것도 내 창."

"정답."

"그럼 이건 그에 대해 미리 보답하는 거라고 할까."

"그래도 되냐?"

"정 신경 쓰인다면 저녁이라도 해주든가."

 

집에 누군가를 초대해본 적 있던가? 드렉슬러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메뉴는 뭘로?"

"자네가 잘하는 걸로."

"난 다 잘 해."

 

3.

 

그만, 그만! 이미 회상 속에서 두 번이나 찌푸린 미간을 한 번 더 찌푸리며 드렉슬러는 기억을 내쳐버렸다.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저 대화도, 저 뒤에도 별 거 없었다. 그저 연구실 마저 치우고 밥 먹고 시간이 늦어 침대 한편을 내 준 것뿐이었다. 어딜 봐도 내가 그를 특별히 할 이유는……

 

"뭐."

 

특별?

 

드렉슬러는 눈을 껌벅거렸다. 내가, 그를, 다리오 드렉슬러가 알베르토 로라스를? 언제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했던 그에게 그 감각은 생소한 것이었다. 그가 자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별, 이라니. 윌라드 크루그먼은 친구로서 그런 단어가 붙을 법도 했다. 하지만 알베르토 로라스는, 단지 회사 동료, 아틀라티코 드라군, 저 옛적 사관학교 시절의 후배.

 

아, 그날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다리오 드렉슬러는 아직 작고 연약하며 외로움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러나 고집스레 그의 길을 걷기 시작하던 때.

 

아마 그 녀석은 기억하지 못할테지만 드렉슬러는 아니었다. 그로선 아주 드문 일이었다. 사람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는 것은.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사관학교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였다. 그날도 드렉슬러는 나무에 올라 오롯하게 별을 바라보았다. 그 고요와 침묵은 이쪽으로 다가오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깨졌다. 이 구석진 곳에. 의외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짜증이 났다. 밑을 내려다보면 자기보다 키가 조금 더 작은 무리들이 교관과 함께 걷고 있었다. 아, 야간 훈련인가. 드렉슬러는 얼른 그들이 지나가길 바라며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드렉슬러는 굳어버렸다. 들키면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한동안 연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무심히 그를 넘겼다. 못 본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시선이 마주쳤는데도, 어쩐지 그 고지식한 눈은 그대로 눈을 내리깔고 곧 또래 사이에 섞여 흘러가버렸다.

 

드렉슬러는 그제야 제가 숨을 멈추고 있음을 알았다. 크게 몰아쉰 숨이 차가웠다. 별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이 평온한 고요도, 다 그 녀석 덕분인가.

 

2.

 

그러니까, 사실 별 거 없었단거군.

 

드렉슬러는 머리를 헝클였다. 어쩐지 김이 빠지는 것 같았다. 새삼스레 어떤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씩 쌓아왔던 걸, 문득 깨달은 것뿐.

 

1.

 

"알베르토 로라스."

"응?"

"나 너 좋아하는 것 같다."

"……뭐?"

"그냥 그렇다고."

 

0.

 

나비처럼 어느 날 네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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