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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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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13. 11:41

로라드렉. 마알님과 교환하는 19금 연성3.

 

 

 

 

 

 

 

 

날씨가 쾌청했다. 하늘은 파랬고 몽글몽글한 구름이 떠있었다. 이렇게나 외출하기 좋은 날씨인데. 로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드렉슬러는 그의 한숨 소리에 반응도 하지 않았다. 휴가 온 지 4일 째,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고 드렉슬러는 하루종일 서재에서 책을 읽었다. 알베르토 가의 별장을 와본 것은 분명 처음일텐데 이젠 그가 없는 서재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로라스의 옆에는 두 권의 책이 놓여있었다. 오전 내도록 다 읽은 그것들은 책장에 다시 꽂히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로라스는 그것을 책장에 돌려놓는 대신,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드렉슬러를 보았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책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드렉슬러를 보는 것을 방해할 정도인 그 책무더기를 치우고 싶었으나, 차마 독서하는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아쉬움을 흐트리고 홍차를 조금 마셨다.

드렉슬러는 독서를 좋아했다. 독서라기보단 지식의 흡수라고 해야할까. 교양 서적과 역사 정도에만 흥미 있는 로라스와 달리, 철학, 과학, 종교, 시, 심지어 로맨스 소설까지도 내키는 대로 읽어내렸다. 사관학교 시절에는 그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책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지. 로라스는 온화하게 웃었다. 그로부터 벌써 십수년이 넘었다. 이제 로라스는 드렉슬러가 모든 글자와 문장을 한 자도 빠짐없이 읽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을 읽을 때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눈꺼풀을 느리게 깜박이는 버릇도 알고 있다. 운율 있는 시를 읽을 때면 왼손 약지를 까딱이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언제였는지 그의 생일날 시집을 선물했을 때, 그의 손가락이 까딱이는 것을 보고 기뻤던 감정이 아직 선명했다. 로라스는 드렉슬러와 밖에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거닐고 싶었지만, 역시 서재에 있는 그가 제법 평화로워 보여 산책을 제안하는 대신 그를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

햇빛은 유리를 거쳐 조금 더 부드럽게 그를 비추었다.

드렉슬러는 에스파뇰다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깊고 날렵한 두 눈, 시원하게 뻗은 콧날. 거기에 조금은 얇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드는 입술이 담백함을 주었다. 색조는 좀 더 밝은 편이었다. 로라스 자신은 짙은 머리카락에 여름에 쉽게 그을리는 전형적인 에스파뇰이었지만, 드렉슬러는 무더운 날에도 조금 발갛게 그을릴 뿐이었다. 머리카락도 브루넷에 진저가 살짝 섞인 듯한 밝은 색이었다. 두 뭉텅이의 새치는 제외하고서라도.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피가 섞인걸까. 저처럼 선명한 푸른 눈도 에스파냐에선 그다지 흔하지 않았다.

그는 찌푸리다가 씨익 웃고, 그러다가도 우울해 할 만큼 표정이 다양했는데, 이렇게 정적인 표정을 지켜보노라면 본래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중안이 짧아서 그런 듯 했다. 매부리코가 아니기 때문인지 답답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그의 푸른 눈과 어울려 청량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러고 보면, 로라스는 그의 눈을 대체로 하늘색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유리를 타고 들어온 햇빛에 그의 눈에서 초록빛이 감도는 것을 보았다. 하늘색이라기보단 오히려 물빛일이라고 해야할까.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알아왔다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로라스는 간질간질한 사랑스러움이 손등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알아갈 것이 많아. 자네는 정말 매력적인 존재야, 나의 연인.

그러나 왜 이제서야 그의 눈이 초록빛으로 빛날 수 있는 걸 이제야 알았는지. 생각해보면 드렉슬러는 공성전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내에서 연구와 발명에 시간을 보냈다. 산책이 필요하다 싶으면 내키는대로 훌쩍 가는터라 같이 간 적도 거의 없었고, 공성전에서는 전투에 집중하느라 미처 자세히 본 일이 없었다. 칼로리바 같은 걸로 식사를 떼우고 마는 그를 위해 샌드위치 같은 것을 사다 그의 연구실에 가져다 준 적도 빈번했다.

아, 그러고보니 벌써 오후 2시였다. 그는 또 식사를 거를 게 뻔하니 뭐라도 가져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드렉슬러가 자신에게 시선을 주었다. 오전 내도록 같이 있었는데 이제야 시선이 처음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먹을 걸 가져오겠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두었다. 로라스는 부엌으로 가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렉슬러는 딱히 안 먹는 음식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도 별로 없었다. 그가 좋아하던 재료가 뭐더라. 로라스는 기억을 더듬어 재료를 손질했다. 양배추를 깔고 참새우와 토마토와 블랙올리브, 또 뭘 넣으면 좋을까. 본가에 연락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별장에는 최소한의 사용인 밖에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로라스는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자신이 만든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도 그가 먹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들고 서재로 돌아가면 드렉슬러가 보이지 않았다. 읽던 책은 테이블에 놓여진 채였다. 눈을 깜박이던 로라스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보고,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두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드렉슬러는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또 담밴가?”

“아아.”

 

드렉슬러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로라스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햇살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그늘진 곳에 서 드렉슬러를 보았다. 쾌청한 날씨와 뿌연 담배 연기 사이에 드렉슬러가 있었다. 그는 제 재능을 활약해 보일 적에 아이처럼 기뻐했고, 브뤼노가 대가를 요구할 때 특히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은 표정을 지었다. 연구발명을 할 적엔 몹시 집중하여 다른 소리를 잘 듣지도 못했다. 그런 몇몇 상황을 제외하고 드렉슬러는 대체로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그게 뭐. 나랑 관계없잖아? 신경 쓸 필요 있어? 매사에 시큰둥하고 귀찮아하는 나른한 표정. 그 표정이 햇빛과 담배 연기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속에 있는 것을 보면 현실 감각이 멀어졌다. 필름의 한 컷 같은 평면적인, 그리고 인상적인 장면. 로라스는 그 묘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드렉슬러는 짧아진 담배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꺼내들었다. 그 와중에 문득 생각난 냥 로라스에게 말을 건넸다.

 

“날 지켜보는 건 재밌든?”

“......음, 알고 있었나? 부끄럽군.”

“새삼.”

“하하, 하긴 그렇지.”

 

로라스는 피식 웃는 드렉슬러의 입매를 쓰다듬었다. 드렉슬러는 아랑곳 않고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후- 로라스의 얼굴에 뿜었다. 싫어하는 냄새면서, 연기가 지나고 간 자리에는 여전히 웃는 로라스가 있었다.

 

“...그래서 감상은?”

“음, 자네의 눈동자에 초록이 담겨있는 걸 깨달았지.”

“그래?”

 

드렉슬러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는데. 아, 나른하군.

 

“졸려 보이네.”

“그럴지도.”

“시에스타이니. 가서 낮잠이라도 들겠는가?”

“......아니.”

 

드렉슬러는 담배를 뻐끔대며 생각에 잠겼다. 깊게 들이쉰 담배 연기가 목을 탁, 묵직하게 치고가는 타격감. 드렉슬러는 담배를 던져 버리고 로라스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키스했다. 담배 연기를 로라스의 입 속으로 내뿜고, 곧이어 혀를 내어 얽었다. 로라스는 갑작스러운 키스에 잠시 엉거주춤 했으나 곧 드렉슬러의 어깨를 넘어 등을 쓰다듬었다. 입술이 떼어지자 끈적한 공기가 곧 따스한 햇살에 증발해버렸다. 그래도 드렉슬러는 샐쭉 웃었다.

 

“할래?”

“......여기서 말인가?”

“난 괜찮은데.”

“후. 자넨 정말 못 말리겠군.”

“그런 나도 좋아하잖아?”

“물론이야.”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단추를 끌르고 드러난 목줄기에 깊게 키스했다. 드렉슬러는 웃으며 로라스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따스하게 빛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빗으며, 그 머리카락이 자신의 가슴께를 간질이는 것을 즐겼다. 대흉근, 전거근, 외복사근을 따라 키스하고 배를 둥글게 문질렀다. 입술의 달싹거림이 느껴지는데 한편으론 아이를 달래는 부모처럼.

 

“넌 나의 뭐이고 싶은거야?”

“모든 것.”

 

옷자락 밑으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드렉슬러의 배꼽 바로 위에 얼굴을 묻고 크게 숨을 들이쉬면 그의 살 냄새와 뽀송한 햇빛의 내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리겠지.”

“잘 아네.”

 

창이 있는 한. 로라스는 그의 살결에 한숨을 폭 쉬고 얼굴을 들어 그에게 다시 키스했다. 드렉슬러는 그 키스를 기꺼이 받아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로라스는 키스하는 한편으로 드렉슬러의 것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고, 손톱 끝으로 살살 긁어올렸다. 그 손짓에 반응하여 움츠러드는 그의 등을 쓰다듬고, 기대어 있던 몸을 들어 올려 난간에 앉혔다.

질투하지는 마, 사랑하는 로라스. 드렉슬러는 그렇게 귓가에 속삭이며, 한편으론 다리를 들어 로라스의 허리를 바싹 끌어안았다. 성기가 직접적으로 부닥치는 느낌에 로라스는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유혹하지 말게. 중얼거리듯 말하고 드렉슬러의 바지를 뒤에서부터 끌어내렸다. 둥근 엉덩이를 한번 쥐어감고, 곧 골 사이로 들어가 그곳을 문질렀다. 허리에서부터 그의 다리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윤활유는 없었으나 며칠 전의 섹스로 아직 조금 부어있는 그곳은 힘들지만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괜찮나?”

“괜찮아.”

 

드렉슬러는 어느새 온전히 로라스에게 매달린 자세였다. 미끄러진 등이 난간에 살짝 걸쳐져있을 뿐이었다. 중력에 젖혀지는 머리를 당겨 로라스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테라스 밑에는 야외풀이 있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청량한 색, 그것이 로라스의 눈에도 담겨 있었다. 이쁘다. 드렉슬러는 그의 눈꺼풀에 입술을 얹었다. 꿈틀거리는 따뜻한 눈동자. 상처입히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상냥한 손가락.

 

“로라스.”

 

내가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만 말이야. 행복하다고. 나도일세, 드렉슬러.

로라스는 안을 벌리던 손가락을 빼고 자신의 것을 조심스레 넣기 시작했다. 밑에서 올라오는 저릿한 고통에 드렉슬러는 그의 눈꺼풀에 키스하던 입술을 그의 목에 묻고 잘근잘근 씹었다. 메마른 아래가 커다란 것으로 가득 채워지는 이물감, 그런 와중에 뜨겁고 맥박치는 그의 것이 좋아 드렉슬러는 흐, 하는 신음만 내뱉었다. 로라스가 드렉슬러의 눈가를 문질러왔다.

 

“밤에는 몰랐는데 햇빛에 초록이 울망이는 자네 눈, 아주 예뻐.”

“그래서 대낮에 자주 하고 싶다고? 아님 밖에서 하고 싶다고?”

“둘다 괜찮군.”

“어쭈.”

 

드렉슬러는 피식 웃으며 로라스에게 키스했다. 로라스도 마주 혀를 얽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마주 보는 서로 다른 두 눈. 마주 닿는 두 입술. 햇빛에 노곤히 데워지며 서로를 만끽했다. 탄성과도 같은, 그러나 조용한 한숨 소리. 마침내 같이 절정에 다다르고 나른하게 숨을 내쉬며 또다시 키스했다.

 

“......샌드위치 다 식었겠네. 자네가 좋아하는 참새우를 넣었는데.”

“하하. 다시 해줘.”

“알겠네. 일단 샤워부터 해야지.”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와이셔츠를 여며주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의 바지를 주워들었지만 드렉슬러는 그것을 사양하고 담배를 한 개피 꺼내들었다. 와이셔츠만 걸치고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모습은 야해보일 법도 했는데, 따스한 햇살과 파란 하늘, 우거진 초록과 같이 있는 그 모습은 그저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로라스.”

“왜 그러나.”

“밑에 풀이 있는데 말이야. 뛰어들면 시원할 것 같지 않냐?”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여기서 뛰어들어도 될 정도로 깊진 않다네.”

“그런가.”

 

드렉슬러는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툭 던져버렸다. 앞장서 걸어가는 드렉슬러를 뒤따라가며, 로라스는 흘러내리는 셔츠를 다시 올려주었다.

 

“샤워하고 수영할래? 밖에 산책가도 좋고.”

“영광이네.”

“영광은 무슨. 푸흐.”

 

두 사람의 도란도란한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빈 서재에서는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책장을 스르르 넘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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