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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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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2. 22:15

로라드렉. 로드님과 연성교환하는 주군 로라스썰 기반1.

 

 

 

 

주군 로라스 썰 중 보고 싶다고 하셨던 부분.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무도회는 따뜻했고 한창이었다. 훌륭한 드레스 자락이 음악에 맞추어 춤추었고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온기가 있었다. 그곳과 정반대의 어둑한 저 너머의 수평선을 보고 있노라면 등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절도 있는 발소리는 그가 지난 십 수년간 들어왔던 것이었다.


“또 여기 있었는가.”

“로라스.”


로라스는 웃으며 드렉슬러 몫의 잔을 건네주고 치켜들었다. 챙, 맑은 소리가 부딪혔고 드렉슬러는 피식 웃으며 잔을 들이켰다. 잘 숙성된 와인은 유리 너머 따스한 노란 빛에 비치어 참으로 예쁜 빛깔이었다. 잔 너머로 보이는 깊고 푸른 눈동자도 그에 못지않았다. 어렸던 로라스가 그 눈동자 속에 신념과 정의를 차곡차곡 채워온 시간들을 드렉슬러는 잘 알고 있었다.

 

“주인공이 자리를 비우면 어떡하냐.”

“괜찮네.”

 

내가 있으면 편히 즐기지도 못하지 않나? 조금 개구진 그 말에 드렉슬러는 웃었다. 네 왕비들은,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은 둘만의 시간이었다. 마지막이니 조금 더 만끽해도 괜찮지 않나. 드렉슬러는 잔을 돌렸다.

 

“평화롭군.”

“네가 일군거야. 축하해.”

“자네의 도움 또한. 축하하지.”

 

또다시 잔이 부딪히고 둘 사이로 고요한 적막이 드리었다. 기묘하게도 눈 내리는 따뜻한 이 밤, 반평생을 함께 해 온 이와의 고요함은 조금 즐겁기까지 했다. 그것은 드렉슬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극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조금은 흔들렸던 마음도 다잡힐만큼. 그저 필요했던 것은 아주 조그만 계기였다.

 

드렉슬러의 잔 안으로 눈송이 하나가 빠져들었다.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진 눈송이를 망막에 남기며, 드렉슬러는 말하였다.

 

“이제 충분하니 떠나겠다.”

 

뭐, 라고? 로라스의 웃던 입매가 서서히 내려갔다. 살풋 접혔던 눈이 굳어졌다. 그는 드렉슬러의 얼굴을 보았다. 드렉슬러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변덕스러운 친우의 장난이라 여기기엔, 그 표정이 담담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얼굴이었다. 왜? 어째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를 들어도 저는 납득하지 못할 터였다. 로라스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겨우 말을 꺼냈지만 어째서인지 떨리고 있었다.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건가?”

“그럴 리가 있냐.”

 

드렉슬러는 픽 웃었다. 저를 잘 알 로라스가 저런 말을 꺼내는걸 보면 어지간하다 싶었다. 그래 둘이 함께한 세월이 벌써 십 년도 더 넘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물기 젖은 목소리는 제법 애처로웠다. 드렉슬러는 로라스를 안아줄까 하다 그만두었다. 어차피 자신이 없으면 곧 익숙해질 일이었다. 이유를 묻는 말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 그를 위해서 떠난다는 이유를 대면 이해하지 못하겠지. 드렉슬러는 흔들리는 로라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순진한 녀석이었다. 감정을 숨기는데도 서투르고, 능숙하게 표현하지도 못했다. 왕자라는 놈이 노예로 바쳐진 평민 나부랭이를 친구로 받아들일 때부터 참 변하지 않는, 좋은 점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드렉슬러는 로라스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찬 공기에 노출되어 조금 시린 귀가 손가락에 걸렸다. 귀를 덮고 있자 곧 따스해졌다. 로라스는 귀에, 뺨에 걸리는 온기에 코가 시큰거렸다. 역시 이 온기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지 말게.”

 

대답은 없었다. 뺨을 쓰다듬는 손짓도 변함없었다. 로라스는 그 손을 붙잡고 뺨을 부볐다.

 

“자네는 내 소중한, 둘도 없이 소중한 이인데. 어째서 날 떠나려는 건가. 내가 싫어지기라도 한 건가?”

“아니란 것 알잖아, 로라스.”

“허면 어째서, 도대체 왜……”

“로라스.”

 

담담한, 그러나 틈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두려울 때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한 적 없는데. 드렉슬러는 고개를 떨군 로라스의 얼굴을 감싸 올렸다. 겨우 맞춘 시선으로 드렉슬러는 희미하게 웃었다.

 

“잘 있어라.”

 

손에서 빠져나간 손이, 온기가 멀어져갔다. 유리 너머에는 여전히 따뜻한 조명과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데,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등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는 눈 속에 파묻혀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드렉슬러가 다시 그 땅을 디딘 건 3년 후였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 그와 둘이서 일군 그 나라를 쉬이 포기할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자신을 인정해준 오직 단 한 명인 그를 위해 나라를 일구는 동안, 저 역시 그 나라에 정이 들어버렸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리 열심히 가꾼 나라의 피폐해진 모습이 눈 앞에 있었다. 드렉슬러는 이곳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날 나라를 떠나며 지나온 풍요와 활기로 가득 찼던 항구는 이제는 스산하고 낡아 죽어갔다. 지치고 못 먹어 바싹 마른 사람들이 느그적 걸어다녔다. 그 풍요롭던 나라가 왜? 로라스는?

 

로라스는?

 

드렉슬러는 벼락 맞은 것만치 정신이 들었다. 로라스가 이렇게 되도록 놔두었을 리가 없을텐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긴건가. 드렉슬러는 이를 악물고 밤낮없이 사흘을 말을 달려갔다. 겨우 당도한 왕궁은 여전히 장엄했지만 예전의 빛은 잃었다. 항구에서 느낀 무기력함이 여기에도 침잠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경비병은 바뀌지 않았고, 드렉슬러는 쉬이 왕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알현실의 문을 열었을 때 드렉슬러는 보았다.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신하들과 그들을 하찮은 듯이 내려다보는 예보다 조금 더 마른 로라스를. 그리고 저를 보자마자 눈을 빛내던 로라스를.

 

그리고 눈 떠 보니 이곳이었다. 드렉슬러는 저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에 맞았던 것 같은데. 방은 호화로웠지만 어두침침했다. 커다란 창은 그만치 커다란 검은 커튼에 가려 빛을 전혀 내주지 않았다. 커튼을 젖히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절그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구를 젖혀 소리가 난 곳을 따라가면 그곳엔 새하얀 시트와 대비되는 검은색 족쇄가 발에 채워져 있었다. 드렉슬러는 눈을 깜박였다. 족쇄라고?

 

“일어났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면 그곳엔 로라스가 피곤한 얼굴로 서있었다. 그 얼굴은 참으로 안쓰럽고 애처로운 친우의 얼굴이었다. 그래서였나 발목에 차인 족쇄도 잊고 드렉슬러는 그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었다. 로라스는 그의 허리를 껴안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커다란 침대 위를 로라스의 검붉은 망토가 가득 덮었다. 몇 년 만인지 몰랐다. 제 발로 돌아와 주어 기쁜 만큼, 다시 떠날까봐 불안했다. 다시는 이 따뜻함을 잃어버릴 수는 없노라고. 로라스는 지친 눈을 추어올렸다.

 

“자네가 있을 곳은 여기야.”

“…무슨 소리야.”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짓이 뚝하고 멈추었다. 로라스는 그의 얼굴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 어느 날 자신을 떠났던 그때의 그처럼, 이미 결정을 내린 말.

 

“말 그대로. 다시는 날 떠날 수 없다는 뜻이네.”

“……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거지. 로라스의 어조는 단호했고 또 허락을 구하는 투도 아니었다. 저것은 말하자면 명령이었으며 객관적으로 고하는 사실일 뿐이었다. 발목에 채인 족쇄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노예, 가 된 건가. 또다시. 심지어 자신을 노예의 신분에서 구원해주었던 그의? 드렉슬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사고가 정리되지 않았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아니했다. 로라스는 그의 이마에 키스하고 몸을 일으켰다.

 

“영원히 이 방에서 나를 기다려주게. 곧 돌아오지.”

 

드렉슬러는 로라스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쿵. 육중한 문이 닫히고 드렉슬러는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이 어둡고 커다란 방. 이곳이 자신의 유일한 세계가 될 거라고, 드렉슬러는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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