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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렌탄도

창궁 및 궁른. 로라드렉 및 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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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7. 22:39

로라드렉. 고백.

 

 


"드렉슬러."
"왜?"

사랑하네. 로라스는 그 발음을 혀로 뭉갰다. 사랑하네. 안으로 들어가다 천장을 톡 건드리고 도망가는 그 아름다운 발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단어. 아아, 로라스는 드렉슬러를 사랑했다. 친우로서도,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사랑했다.
그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단한 손바닥이 좋았다. 그 손이 자신을 아이마냥 머리를 쓰다듬을 때, 어린애 취급하지 말게, 말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창을 쥘 때 유난히 도드라지는 두번째 손가락의 마디, 그곳에 경건히 입맞추고 싶었다. 그의 곧은 두 다리와 두 발이 성정을 대변하듯 자신에 차 똑바로 걸어나갈 때, 로라스는 두어 걸음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곤 했다. 늘 연구와 발명밖에 하지 않는듯 보이지만 뒤에서 신체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를 안다. 자신의 이상을 이루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타고난 재능, 끊임없는 노력. 그 확고한 자기애를 로라스 또한 사랑했다. 고집센 잿빛 푸른 눈, 그 눈이 의심할 바 없는 자신감에 차 웃을 때, 혹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보아줄 때, 로라스는 그런 드렉슬러를 사랑했다. 사랑스러웠다.

"사랑하네."

그 말은 기습적이었다. 혀가 도망가 가라앉을 때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그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주체 못하여 흘러나온 그 말. 숨기고, 감추고, 친우를 위하여라는 거짓은 아니나 거짓으로 포장했던 그 진실. 눈을 깜박인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주 사랑하는건 바라지 않았다. 언제나 그의 곁에, 손 뻗으면 옷자락에 닿을 그 거리도 충분했는데.

"알아, 로라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듯한 그 먹먹한 침묵 속에서, 마치 비구름 사이를 가르고 내려오는 햇빛처럼, 그 말이 로라스를 건져올렸다.

"알고 있어."

아.
아아.
그런가.

"내가, 여전히 자네 곁에 있어도 되겠는가."
"이제 와서 새삼 무슨 소리냐."

짜증 부리는 드렉슬러에게 로라스는 웃었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신의에 대한 배신일 그 마음을 내치지 않는 그가, 여전히 곁에 머물도록 해주는 그에 대한 사랑스러움이 점점 부풀어올랐다. 내가 그대를 사랑해서 다행이야. 그대가 이 세계에 존재해줘서, 그대와 만나 신실한 사이가 될 수 있어 영광이네. 로라스는 웃음 뒤로 고백을 되내었다. 심장에 새길듯이 계속, 계속.

 


 

 

 

 


리나우에서 썼던 고백.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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