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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5. 4. 24. 22:50다무드렉. 아침 인사.
얇은 커튼 너머로 햇빛이 희무레 들어왔다. 다이무스는 두툼한 이불을 얼굴까지 푹 두른 드렉슬러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지고 그를 뒤로 했다. 부엌으로 가 찬장을 열면 투명한 병에 담겨 나열된 찻잎들. 그 중 하나를 꺼내면 싱그러운 풀잎향에 은은한 단내가 났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리고 색이 진한 첫물을 버린다. 잔은 가벼우면서도 손잡이가 두툼한 그의 전용 찻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마저도 챙-하고 맑아 아침에 잘 어울렸지만 혹여 자는 이를 예민하게 만들까봐 다이무스는 좀더 섬세히 잔을 돌렸다. 바닥에서부터도 옅은 붉은 빛이 차올랐다. 표면은 맑았고 색은 투명했다. 오늘도 잘 우려졌군. 그것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이불 속에선 발걸음 소리에 반응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야아... 다이...무...”
쟁반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이불을 내리면 잔뜩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햇빛을 받아 빛나는 푸른 눈. 아직까지는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지만...
“일어났나, 다리오.”
다이무스의 말투는 그다웠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감이 있었다. 오직 드렉슬러를 향해. 특히 그가 약한 이 아침 시간에는 더 다정하게. 드렉슬러는 눈도 못 뜨면서 더듬더듬 그의 팔을 붙잡았다.
“...나, 좀... 일으...”
“그래.”
제 팔을 잡은 손을 마주 잡아당기고 가볍게 그를 품에 안았다. 저보다 약간 큰 그이지만 축 늘어진 이 시간에는 품에 잘 맞았다. 굽은 등을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으론 차를 내밀었다.
“차 마셔라.”
드렉슬러는 눈을 껌벅거리며 잔을 받아들었다. 홀짝, 홀짝. 고양이처럼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그를 다이무스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찻잔의 반이 비워졌을 무렵, 드렉슬러의 굽은 등근육이 펴지고 눈동자에 온전히 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이무스는 그가 주는 잔을 받아 테이블에 올려두고 그의 입술에 늦은 아침 인사를 건네었다.
“잘 잤나.”
“응. 좋은 아침.”
드렉슬러 또한 마주 입술을 겹치며, 눈을 접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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