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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2015. 5. 7. 23:59

로라드렉. 로라스 생일 축하글.



키워드는 쏠로부터 받은 실.








오늘 밤은 까맣다. 여전히 그는 연구실에 박혀 한창 작업 중이었고 나는 책을 읽었다. 나른했다. 자고 싶다는 욕구와는 또다른 묘한 늘어짐. 생각이 느릿느릿 기어갔지만 아직 침실로 들어가고 싶진 않았으므로, 대신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리는 쪽을 택했다. 초침이 똑딱이는 소리는 물이 끓는 소리에 삼켜졌다. 커피를 내리다 문득 멈춘 손은, 고민하다 한 번 더 물을 끓였다. 아마 연구실 안의 그에게도 마실 것이 필요할 터였다. 첫번째 것보다 조금 더 진하게 내린 잔을 들고 그의 연구실 앞으로 가 똑똑.

"드렉슬러?"

드렉슬러? 들어가겠네. 늘 그렇듯 대답이 없는 그를 대신해 손님처럼 연구실 문을 열었다. 온갖 것들-그의 말에 따르면 소중한 자료들-이 잔뜩 놓인 바닥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도착한 그의 책상에서는, 그가 자고 있었다. 눈을 깜박였다. 커피를 내릴 때 본 시간으론 아직 자정도 전이었다. 그가? 벌써? 손에 들린 커피잔이 무안해졌다. 어쩔까 고민하다 그의 손에 아직 느슨하게 쥐어진 펜을 보고 커피잔을 책상에 달깍 올렸다. 행여 찔릴까 손에서 펜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그를 조금씩 흔들었다.

"일어나게, 드렉슬러."

으응, 하는 잠결의 소리가 떨어졌다. 멍한 눈을 팔 안에서 깜박이던 그가 헉, 하고 놀라며 일어났다. 그 바람에 커피잔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잔은 깨지지 않았지만 커피가, 얼룩이, 그가 하나라도 건드리면 질색하는, 흠뻑 젖어선, 이런.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그보다 더 빨리 말을 꺼내었다.

"지금 몇 시냐?"
"자정이 곧 다 되어가는 시간."
"잘 됐군."
"뭐가"

말인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바닥에 툭 얹어지는 물건. 자그마한 상자는 짙은 파란색 포장지에 은은한 광택의 흰색 리본이 달려있었다. 선물 상자?

"생일 축하한다."
"...아."

그렇군. 생일이었던가. 그제야 그가 한 말이 이해가 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나를 보고 그가 피식 웃었다. 고심한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오늘의 그는 조금 더 다정했다. 허락 없이 잠에서 깨운 내게 뭐라 하지도 않았고, 커피가 자료 위에 엎어져도 짜증내지 않았고, 행여 생일이 지났을까봐 잠깐 당황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선물 고맙네."

사실 자네의 그 태도가 조금더 값진 선물이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는 나를 탐색하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뭐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곤 바닥을 발 끝으로 툭툭 쳤다.

"커피, 아깝게 됐네."
"내 몫으로 내린 것은 있네만. 같이 마시겠나?"
"거 좋지."

오늘 밤은 까맣다. 그만큼 눈 앞의 별은 더 빛났으므로 나는 만족했다. 나의 가장 가까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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